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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때로는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 내 마음을 통역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그게 안되니까 우리는 내 말이라도 대신해 줄 사람을 찾아서 그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요?"
저자의 말이다.
나는 김천역 역전옆에 있던 그 뉴욕 제과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마지막 남은 햇살이 낮은포복으로 서쪽으로 난 창으로 간신히 기어들어오면
마음이 먼저 서즐해지곤 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가실 준비로 분주하고 우리 삼남매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오빠는 더 짖궂게 내게 장난을 걸어대고, 새침한 어린 동생은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어
누구도 들어 올 수 없는 모습으로 무장을 하거나, 간혹 그것이 힘에 부칠때면
우리모두 금기시하던 눈물을 남물래 훔치며 눈치를 봅니다.
그렇게 우리 다섯 각자의 감정이 남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일요일 오후가 아프게 지나갑니다.
엄마 아빠를 배웅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는 역전까지 걸어갑니다.
가파는 교육청언덕을 내려오며 중계소를 지나고, 바람부는 성남교를 지납니다.
그 성남교 다리에서면 항상 서늘한 바람이 불엇고
엄마 아빠가 떠날 기차길이 길게 누워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식구 다섯은 더 침울해 집니다.
그때쯔음 엄마는 우리의 기분을 뛰우려 돈을 주십니다.
그러면 우리의 표정도 금방 환해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불량과자를 팔던 양봉원을 지나고
책이 가득한 춘양서점을 지나고 뉴욕제과까지 가면서
헤어지는 아쉬움보다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머리가 더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엄마 아빠를 배웅해오고 돌아서는 우리들 손에는
소년중앙과 각자 갖고 싶었던 문구 혹은 과자가 들려있고는 했습니다.
기우는 저녁 햇살을 막으려 신문지를 덮어 놓았던 빵집의 쇼윈도우.
그 집안의 사람하나가 나와 같았던 지역에서
다른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저자의 책을 추억을 접하는 설레임으로
짐어들지만 그는 매번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직설적인 문장과 가끔씩 숨어있는 유머
그리고 센치함까지..
어린시절 늘 먹고싶었던 카스테라 맛 같기도 합니다.
작가 김연수가 마음에 새긴 문장들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
21세기 한국문학의 블루칩 으로 평가받는 작가 김연수가 새롭게 펴낸 산문집이다. 첫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에 이어, 그가 아끼는 시와 소설에 자신만의 감상을 덧붙였다. 날마다 읽은 책에서 시 99편과 소설 49편을 가려 뽑고, 한 편 한 편에 특유의 감성적인 언어를 더해 들려준다. 사랑했던 날들, 어릴 적 추억,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따뜻함을, 때로는 아릿함을 주는 문장들. 낱말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인용 작품의 글귀와 그것을 품에서 꺼내 보이는 작가 김연수의 마음이 만나, 또 하나의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
하루 중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유일한 시간이 詩를 읽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詩를 해석하려 하지 않고 그저 詩를 읽을 때 떠오른 기억, 사랑했던 날들을 가만히 음미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따라간다. 시를 읽으면서 그는 사랑을 생각하고, 자신의 살에 대해 생각한다. 시를 읽으면서 현대인들의 발걸음대로 걷는 것을 멈추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나, 조직 속의 나, 무언가 해내야 하는 내가 쉴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 을 이야기한다. 순간 내지는 찰나 가 이 책을 통해 풀어내는 화두이다. 이 시대 사람들이 겪었을, 그리고 앞으로 겪을 순간 을 그린 소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에 투영해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살아온 흔적과 추억, 생각을 공유한다. 제대로 된 사랑이라면 무엇이든 치유할 수 있다는 사랑지상주의자 답게 사랑의 순간을, 또한 설가로서 힘들었던 순간과 자신의 꿈 등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날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길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했다던 샤르트르처럼 작가 역시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어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와 소설을 쓴 작가들 역시 그런 행위를 작품에 투영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려낸 순간들이 바로 우리가 보낸 순간 이 아닐까.
우리가 보낸 순간 - 시
1. 우리의 포옹은 빛에 싸여
시간들 │ 안현미
풀밭에서 │ 조원규
마디 │ 김창균
여름이 남기고 간 선물 │ 박상수
입술의 문자 │ 한세정
연인들 │ 김행숙
혀 │ 류인서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 김이듬
애월(涯月)에서 │ 이대흠
바다가 │ 허수경
물이 올 때 │ 허은실
태양의 서쪽 │ 김선재
바람의 가족 │ 정영
사랑은 산책자 │ 이병률
사랑은 │ 이승희
첫사랑 │ 류근
내일, 내일 │ 유희경
푸른미선나무의 시 │ 고형렬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타인의 고통 │ 박시하
사랑 │ 박성우
병산서원에서 보내는 늦은 전언 │ 서안나
큰파란바람의 저녁 │ 김지녀
연 │ 박준
리치몬드 제과점 │ 이시영
나무를 모르는 나무 │ 황성희
따뜻한 마음 │ 김행숙
이것만 쓰네 │ 이기철
낙화, 첫사랑 │ 김선우
사랑의 미안 │ 이영광
옷-이문영에게 │ 이정록
슬프고 외로우면 말해, 내가 웃겨줄게 │ 신현림
신이 감춰둔 사랑 │ 김승희
2.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스물 │ 강성은
노르웨이, 노르웨이 │ 김이강
좋은 일들 │ 심보선
밤과 나의 리토르넬로 │ 김지녀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모란을 보러 갔다 │ 조은
여름의 달력 │ 하재연
개종 │ 황인찬
동물원에서 │ 오은
발 없는 새 │ 이제니
그때에도 │ 신해욱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 진은영
오래된 유원지 │ 박준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 마종기
묵상 │ 장영수
아홉 가지 기분 │ 이은규
마음의 달 │ 천양희
겨우 │ 장석주
1991년, 이사 │ 박희수
청바지를 입어야 할 것 │ 이근화
사곶 해안 │ 박정대
멸치의 아이러니 │ 진은영
교행(交行) │ 류인서
달의 공장 │ 이기인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 │ 정한아
지구의 속도 │ 김지녀
Edges of illusion (part VII) │ 정재학
가을이라고 하자 │ 민구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 최승자
생강나무 │ 문성해
새의 부족 │ 손택수
3.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달과 돌 │ 이성미
겨울, 점점 여리게 │ 박연준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 김경주
네 얼굴은 불빛 아래 │ 하재연
모든 밤 │ 박용하
손톱달 │ 이태수
공허의 근육 │ 김재훈
별이 뜰 때 │ 이기철
봄비의 저녁 │ 박주택
리옹驛에서 │ 김영태
공원의 두이 │ 이제니
어떤 여름 저녁에 │ 김경미
하루 │ 송재학
이 지구가 우주의 도시락이라면 │ 김소연
내 나이 백이십 살 │ 곽은영
마지막 가을 │ 정진규
여름 나무의 추억 │ 채호기
검은 달, 흰 달 │ 조용미
젖지 않는 사람 │ 이현승
안동식혜 │ 안도현
눈 내리는 모래내의 밤 │ 박형준
나무와 시 │ 임선기
꽃차례 │ 김명인
걸스카우트 │ 조동범
4월아, 미안하다 │ 심언주
저녁 스며드네 │ 허수경
사춘기-야생동물 보호구역6 │ 권혁웅
잉크빛 그늘 │ 권현형
책임을 다하다 │ 문인수
으능의 가을 │ 박기섭
가을이라는 물질 │ 이기철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허연
섬말 시편-잎 │ 김신용
제 이름은 야한입니다 │ 김민정
나의 인사 │ 이영주
책을 내면서 │ 날마다 시를 읽는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1. 연애하는 사람들의 생산성
왜 내려가지 않나요?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먼저 정신이 든 것은 여자였다
- 「소풍」, 사육장 쪽으로 , 편혜영
한번은 그가 학교 앞에 오지 않았다
-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어디선가 여우가 우는 저녁이었어
- 「곡도와 살고 있다」,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 황정은
나는 거의 아무도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풍선을 샀어 , 조경란
가스통은 눈을 감고 말이 없었다
- 깊은 강 , 엔도 슈사쿠
난 내가 보고 싶어서 온 줄로 생각했었어.
- 바람의 그림자 1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상) , 아고타 크리스토프
버나드가 말했다
- 사랑의 역사 , 니콜 크라우스
고마코는 문을 닫으며 머리를 내밀어
-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고 섰던 옥점이는
- 인간문제 , 강경애
마지막 날, 로사 누나와 나는
-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그렇게 바쁠 것도 없소. 먹고살자는……
- 원미동 사람들 , 양귀자
묵묵히 수그러진 무재 씨의 고개 위로
- 百의 그림자 , 황정은
당신과 말문이 트인 것은 그때부터였지요
- 「상춘곡」,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 윤대녕
잠깐만요, 다스 부인, 왜 당신은 내게……
- 「질병의 통역사」, 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
2. 지극히 평범한 ?로움
이름을 여쭈어도 될까요?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어머니, 나랑 오늘 서울 가자, 했다
-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는
- 「웃음소리」,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 성석제
나스레딘에게는 열세 살 난 아들이 한 명 있었다
- 「나스레딘의 아들」,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 지하드 다르비슈
그가 두 번째로 목책문으로부터 끌려나온 것은
- 「아Q정전」, 루쉰 소설전집 , 루쉰
난 아버지가 좋아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 달을 먹다 , 김진규
밤새 빗소리를 들었다
- 남한산성 , 김훈
그래서 그는 노래를 불렀다
- 「積雪」, 이별없는 世代 , 보르헤르트
왜 웃어?
- 미나 , 김사과
오히려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 폴란드 기병 (하) ,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카산 자이드 아메르가 들려준 이야기다
- 흐르는 강물처럼 , 파울로 코엘료
그들은 앉아 있었고
- 그날 밤의 거짓말 , 제수알도 부팔리노
먼저 가.
- 「지금 행복해」, 지금 행복해 , 성석제
눈물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 그냥 울어버렸다
- 핑퐁 , 박민규
물론 나는 식탁 옆에서
-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저녁에 도미니크와 카트린느는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3. 빵집의 고독한 열흘
이야기는 아직, 아직, 시작되지 않는다
-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다카하시 겐이치로
악기점에 다녀온 지 사나흘 뒤에
-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그는 마치 영화 속 장면에 푹 빠진 사람처럼
-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 이지민
1초의 고독. 고독한 1초
-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 감각의 시절 , 이신조
프로빈스타운이 이성애보다 동성애로 더 유명하지만
- 아웃사이더 예찬 , 마이클 커닝햄
사람의 기원은 재야. 인도 신화가……
-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 전경린
B는 그사이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됐다
- 「나와 B」, 악기들의 도서관 , 김중혁
어린 동생 데리고 하염없이 걷고 걸었던 그해 겨울
- 「오마니별」, 오마니별 , 김원일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 김도연
바위그림을 그대로 탁본한 것이라니
- 꽃피는 고래 , 김형경
유식한 소리를 좀 하자면, ……
- 그곳이 어디든 , 이승우
아침에 그녀를 바라보던
- 별들의 들판 , 공지영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그의 말에 따르면
- 「서랍 속」,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 가쿠타 미쓰요
어두워진 창밖에 눈발이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월요일은 라미용이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이었다
- 북호텔 , 외젠 다비
어제 원장이 부르더라. 노력해보기는 할 테지만……
-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김연수
책을 내면서 -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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