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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은 낯선 것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설 종류는 읽어도 희곡은 안 읽는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아주 많이 들어본 책이 있기에 읽어보려고 펼쳤는데 이런, 희곡이다. 결국 휘리릭 넘겨보고 책꽂이에 다시 꽂은 기억이 난다.재미있을 것 같고 아니고를 떠나 아예 읽어보려고 시도도 안 했다. 그만큼 낯선 장르가 바로 희곡이다. 시 보다 더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동극이다. 즉 어린이 연극을 위한 희곡이다. 전에 희곡 형식으로 된 동화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책인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만났다. 솔직히 많이 낯설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초등학교 때 학예발표회를 하면서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몇몇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걸 보면 전혀 낯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그건 아마도 어린이 책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도 이런 동극은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익숙하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듯이 연극으로 할 때와 이렇게 책으로 나올 때의차이에서 느껴지는낯설음일지도 모르겠다. 동극 다섯 편이 들어 있는데 정말 아이들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러면서 아이였을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위에서 얘기한 연극하던 때의 모습이. 그만큼 어린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동극이다. 또 아이가 어렸을 때 본 연극이 생각나기도 했다. 대사가 나오고 중간중간 노래가 나오는 것이 딱 그런 연극이다. 그래서 간혹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론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도 예측 가능하다. 특히 짧은 대사를 주고 받는 부분은 무대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마법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는살짝 걱정되는 결론이었다.나를 놀린다고 다른 사람을 골탕먹여도 된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장편동화를 간략하게 동극으로 바꾸면서 많은 이야기를 생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마지막 동극은신선했다. 동극 안에 또 다른 동극이라.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같다. 그래서 더 연극을 준비하는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고 그 어떤 것보다 아이들 마음이와닿았다. 무대에 대한 짤막한 지문만 있을 뿐 인물의 심리묘사가 적다. 동극의 특징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부분을 독자가 상상해서 메우라고 한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때로는 식상한 이야기에 뻔한 결론이지만 이것을 동극으로 꾸민다면 활기찬 연극이 될 것 같다. 대본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하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쉽게 말하는 법이다. 어쨌든 새로운 장르의 책을 만나는 기쁨을 실컷 누렸다.
말대꾸하면 안 돼요? 는 계간 「창비어린이」에 발표한 작품 2편을 비롯하여, 모두 5편의 동극을 수록하고 있는 동극집입니다. 동극은 동화와 달리, 무대설명, 무대지시, 지문, 대사, 노래 등이 어우러진 글입니다. 각각의 요소들을 읽으면서 독자는 작품 속 인물이 되어보기도 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지시에 따라 장면을 머릿속에 차근차근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극은 친구와 가족, 나아가 선생님과 반 아이들 전체가 나누어 읽으며, 놀이하듯 독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 책에 실린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이 직접 무대를 꾸며 연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가정이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끼리, 혹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고 상연함으로써 서로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