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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끝자락에서 슬픔을 겪었다. 그로 인한 상처는 새해가 시작되었음에도 여전히 쓰리고 아프다. 슬픔이 시작되기 전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른다. "자유의 감옥 (미하엘 엔데 지음, f 펴냄)" 제목이 주는 느낌은 뭐랄까... 자유에도 감옥이 있을까 싶어 조금은 황당한 느낌이었다. 생각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미하엘 엔데 작품을 만나게 되어 한편 반갑기도 했는데 모모 ,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등 울림이 있는 동화들이 떠올라 또 한편 가슴이 저려왔다. 이 책 속에는 <긴 여행의 목표,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 마스라임의 카타콤,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자유의 감옥, 길잡이의 전설> 등 총 8편의 이야기들이 이어져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래 생각하게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해 끝자락 즈음에서 멈춰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간의 내면을 살피며 가치를 찾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자유와 감옥. 누구나 부러워할 요소들을 다 가지고 태어난 시릴은 부모의 정이나 사랑을 받지 못해 그 어떤 것도 갖기 못한 사람처럼 살게 된다. 그리고 긴 여행을 통해 자신이 갖고 싶은 그 어떤 것을 찾아 헤맨다. 그의 여행을 함께 하며 나는 그의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가? 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욕심은 어떤 결핍에서 오는게 아닌가 싶다. 지하 동굴 세계에 사는 그림자들의 이야기 미스라임의 동굴 은 읽는 내내 나는 이 이야기가 마법사들이 사는 어떤 세계처럼 느껴졌다. 어둠을 지나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 그 세계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들과 진실을 놓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해 두어 번 다시 읽었다. 인샬라라는 별명을 가진 장님 거지와 칼리프와 만남. 인샬라는 칼리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 간청한다. 신을 모독했던 인샬라는 금욕 시기에도 방탕한 생활을 하고 악령 이블리스 에게 속아 알 수 없는 장소에 갇힌다. 그리고 자신을 구할 문을 선택해야 했다. 아마도 인샬라는 그 선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괴로움과 고통을 맛보았을 것이다. 제목에서 주는 자유, 감옥.... 그리고 수많은 방황과 선택은 우리가 사는 동안 겪어내야할 일상 이다. 종교와 철학을 넘나드는 8편의 이야기로 나는 인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생에서 주어지는 여러 가지 선택과 길을 찾아가는 시간, 이 책은 그런 시간을 읽는 이에게 제공하는 것 같았다.
먼 장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억 은 있을 수 없는 것인가? 빈 공간만이 빽빽이 꽉 찬 공간 이 존재할 수 있을까?독일 환상문학의 거장 미하엘 엔데 말년의 걸작 자유의 감옥 우리에게 시간은 현재와 미래만 존재하며 미래 또한 끝없이 다가오는 현재일 뿐이지만, 미하엘 엔데에게 시간은 ‘우리 의식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법’일 뿐, 순서가 없다. 아니, 시간 자체가 없다. 따라서 그에게는 ‘장례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고, ‘시간의 흐름을 잴 수 있는 그 어떤 변화도 없는’ 무정형의 ‘지금’만이 존재하며, ‘찰나’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본질을 꿰뚫는 영원이 존재한다. 그가 구축한 세계는 앞뒤 순서도 없는 무한한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 또한 3차원의 상식을 벗어난다. 겉만 있고 속은 없어 ‘빈 공간만이 빽빽이 꽉 찬’ 집 안은 절대 들어갈 수 없고, 지구상에는 ‘찾으려’ 하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빈자리가 있으며, ‘자동차에 자기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가 있기도 하다.총 8편의 단편이 담긴 자유의 감옥 에서 미하엘 엔데가 구축한 위와 같은 시공간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적 인식 너머에 있는, 우리의 현실과 평행한 또 하나의 현실이자, 인간 내면세계의 거처이다. 엔데의 작품이 ‘환상문학’인 이유는 장르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내면의 자아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형상화해 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공간의 해체는 우리의 자동화된 기계적 사고를 비틀고, 고정관념과 관습에서 벗어나도록 해 준다. 그리고 타자적 존재로서의 세계가 아닌, 신비적이고 신화적인 세계로의 이동을 통해 가상의 시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게 된다.
긴 여행의 목표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
미스라임의 카타콤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자유의 감옥
길잡이의 전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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