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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dgfgtfs 2024. 1. 28. 04:47


*거리와 등대라는 시가 참 좋았다.골목이라는 시도 괜찮았다.이쯤은 나도 쓰겠다 싶으면서도걷다가 몇마디 말을 굴려보면나는 안되겠구나 생각이 깼다*서러움에 어떤 거리가 생겼다. 모든 사물은 어떤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비가 쏟아졌다. 어디였을까, 내가 자세히 그리워하지 않았던 곳이. 택시 안에서 문득 울고 싶은 대낮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성당이나 철길을 보고 서러워지는 것도 이유가 없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어디선가 들깨 향이 났다. 깻잎을 보면 야구공이 생각나는 건 개인적인 일이다. 오래된 커피 자국을 본다.*빛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소리는 언제나 네 위에 겹쳤다. 나는 너의 부드러운 것들을 본다.
시어를 감싼 여백들의 매혹적 현기증
슬픔을 돌파하며 시작되는 아주 긴 배회

아무것도 선언하지 않는 프로파간다
한국 시단의 독자적인 징후이며 예외적인 프로파간다로 회자되는 시인 이준규의 네번째 시집 네모 (문학과지성 시인선 444)가 출간되었다. 시적인 구성을 도모하지 않고 짧은 줄글로 작성된 72편의 산문시들은, 내용도 형식도 없는 기표들을 제시함으로써 적막한 외관을 구축하고 있다. 온갖 수사를 배제하고 극미한 진술만을 통해 멈추어 있는 이 정물성은 감각에 순수하게 머무르고자 하는 시인의 기획이다. 대상을 인식하는 데 간섭하는 모든 외적 요소를 차단하고 감각 자체만으로 대상과 마주하며 감정의 요동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준규의 시어들은 완벽히 고립되어 있다. 동료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이수명은 이러한 이준규의 시를 가리켜 아무것도 선언하지 않는 프로파간다 라고 했다.


시인의 말

문장 / 트램펄린 / 네모 / 거리 / 빛 / 한 칸 / 얼굴 / 부엌 / 황조롱이 / 고양이 / 아버지 / 금붕어 / 멍 / 등대 / 꽃마리 / 고구마 / 봄 / 당나귀 / 낙수 / 골목 / 해 / 창가 / 잔 / 지렁이 / 울새 / 우기 / 엘리베이터 / 언덕 / 스프링클러 / 앰뷸런스 / 앞 / 사철나무 / 고개 / 잔반 / 밥솥 / 매미 / 담배 / 잔 / 마루 / 침대 / 헬리콥터 / 구두 / 달개비꽃 / 가을 / 양말 / 볼펜 / 커피 / 물푸레나무 / 얼굴 / 어스름 / 쇼핑카트 / 햇빛 / 눈 / 방파제 / 미역국 / 얼굴 / 눈 / 눈 / 꽃담 / 돌 / 고양이 / 겨울 / 이 / 나각 / 얼굴 / 바다 / 의자 / 마트료시카 / 겨울 / 눈 / 봄 / 여보

해설 | 호모 트리스티스·이수명


■ 시인의 말
슬픔만을 남기고 싶었다.


■ 시인의 산문
너는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너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나는 불을 켜고 나는 불을 끈다.